![]() by 바람이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이글루링크
최근 등록된 덧글
hello
by Naomi at 04/06 nice by Robert at 04/06 20대 초중반에 그책을 읽.. by 추억편 at 04/05 그쵸? 신경숙 씨 소설은 항.. by 바람이 at 01/10 이안... 정말 너의 레이.. by 바람이 at 01/10 피셔 장관은 다시 좀 넉넉.. by francisco at 01/05 '은서'가 너무 아파보여서.. by 달뿌앙 at 01/05 이런이런... 나의 레이.. by 이안 at 01/05 마라톤보다는 달리기(10.. by 음 at 01/05 이 책을 예전에 '군대에서'.. by numa at 01/05 |
![]() ![]() 숭덩숭덩 잘린 그의 머리카락들이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파란색 미용 가운을 입은 채 거울 반대 쪽으로 돌아앉은 배우 윤석화 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19일 오전 11시 10분 서울 청담동 박준 뷰티랩. 박준씨가 바리캉과 빗을 든 지 5분 만에 윤석화는 하얀 알머리를 드러냈다. 머리를 깎기 전 “떨리니까 빨리 자르라우”라며 짤막하게 농을 던졌던 그는 삭발이 끝나자 꼭 쥐었던 양손을 들어 0.5㎝도 안 되는 성성한 속머리털을 쓰다듬었다. 소년처럼 웃을 때, 눈은 젖어 있었다. 이날 삭발식은 연극 ‘위트’(Wit·2월 11일부터 우림청담씨어터) 때문이었다.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했고 영화(마이크 니컬스 감독·엠마 톰슨 주연)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의 국내 초연 무대에서 윤석화는 난소암에 걸려 죽어가는 50세 영문학자 비비안 베어링 역을 맡기 위해 머리칼을 잘랐다. 극중 나이 50세는 윤석화의 실제 나이와 똑같다. 95년 연극 ‘덕혜옹주’ 때 삭발을 한 적이 있는 그는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리얼하죠?”라고 물었다. “이렇게 머리를 자를 수 있다는 데, 내가 아직 (치열한) 배우라는 데 감사해요. 저 머리카락들과 함께 제 일상은 이제 없어질 거예요. 무대에선 자랑스럽지만 아내이자 엄마로서는 서글픈 일입니다. 아들 수민(3)이가 놀랄까봐 걱정이네요.” 74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배우. 그러나 10여년 전까지 직접 풀팅(포스터 붙이는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연극은 쓰디 썼다. 그에게 무대란 어떤 곳일까. “제가 가장 크게 숨쉬고, 가장 깊게 숨을 수 있는 저만의 땅이고 우주예요.” 윤석화의 어머니도 난소암으로 고생하다 2003년 돌아가셨다. 그는 “이 연극의 주인공 비비안은 몸이 죽어갈 때 정신이 부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산 여자인데, 난 때론 내 치열함이 진저리나게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위트’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대사를 읊어주었다. “난 원래 강한 사람입니다. 도전을 피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02)569-0696 ============================================================================= 아침 조깅 후 사 온 신문에서 이 기사를 보고 찬물을 뒤집어 쓴 것 처럼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봤던 연극 '꽃밭에서'에서 그녀가 부르던 노래가 머리에 오버랩되더군요. '꽃밭에서'라는 연극을 하던 공간은 대학로에 있는 '정미소'라는 공간이었는데 그 연극을 하던 당시만 해도 시멘트 외벽이 듬성듬성 보이던 곳이었습니다. 또 정미소가 있던 건물에는 음악잡지 '객석'의 편집부가 있었는데, '객석' 역시 별로 돈이 안 되는 잡지여서 '폐간된다, 폐간된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결국 그녀가 살려내더군요. 얼마 전에는 '수민'이라는 아이를 입양해서 똘망똘망한 아이로 키워내는 것 같더니 수민이에 대한 책도 한 권 낸 것을 보았습니다. 올해 나이 50이라는 윤석화 씨. 이제는 연극배우로서, 객석 발행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 어느 정도 편하게 살 만도 한데 그녀가 또 다시 도전하는 원동력은 도대체 뭘까요? 아마 '삶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합니다. 삶 조각 조각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 내일 죽어도 오늘은 그냥 설렁설렁 살지 않겠다는 마음... 나이 50에도 머리를 깎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녀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2월11일부터 공연한다는 '위트'라는 연극, 삶에 열정이라는 게 필요한 친구와 함께 보러 가야겠습니다. ![]() 내가 직장 다니면서 내내 좌우명 비슷하게 썼던 말이 바로 '잊지말자, 잃지말자.'였다.
어제 갑자기 친구가 생각나서 핸드폰 문자를 보내려다가 번호가 헷갈려 '아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숫자 같은 건 잘 까먹는 성격이긴 하지만, 그새 오락가락 하는 숫자를 떠올리고는 '아, 자주 자주 챙기며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어느새 까맣게 잊지 않도록 자주 자주 챙기면서 살아야지. ![]() 얼마 전에 '샤갈전'을 보러 시립 미술관에 갔다가 아트샵에서 이철수님의 판화를
보았습니다. 이철수님의 판화도 무척 좋아하지만, 그의 삶이 묻어나는 글을 더 좋아합니다. 그 날 서점에 들렀다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보고 반가워서 덜컥 (?) 사 버렸습니다. 살 때 마음은 '음... 내가 읽고 누구에게 줘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읽다보니 이곳 저곳에 좋은 문장들을 색연필로 줄을 좍좍 그으면서 읽어버려서...후후 이 책에는 책 서문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편지 쓰고 싶은 날이 많아서 편지 받고 싶은 날이 많아서 제 손으로 쓴 엽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제 안에 있는 그리움이 제 '나뭇잎 편지'의 시작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참 좋았습니다. 작은 엽서에 조각 마음이라도 담을 수 있어 좋았고, 그게 다른 사람의 마음에 전해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때로 횡설수설이 되기도 하고 보내고 나서 후회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게 내 마음의 자취인 걸 어쩌겠어요? 마음 어지러우니 짧은 엽서에서라도 그걸 다 감추지는 못했겠지요.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저는 지인들에게 손편지를 그리고 작은 선물이라도 자주 보낼 생각입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 하나 되살리면서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날씨는 비록 춥지만, 마음만은 서로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바랍니다. ======================================================================== 이철수의 목판화 편지 중---- -지금 당신이 다 잃어버린 따뜻함, 평화로움, 여유와 기쁨... 그 모든 것이 원래 임자가 따로 있지 않았으니 다시 당신에게 돌아오기도 하리라고 믿으시기를. 마음 깊은 데로 숨어버린 따뜻한 기억, 소중한 인연, 작은 열정과 희망의 불씨 되살려내시기를. -다니면 배우는 게 많습니다. 어디나 인생이 있습니다. 장터에도 물론! -밝게 나갔다가 따뜻한 표정으로 돌아오시기를. -잡초 올라오면 솎아내고 뿌리뽑고, 올라오면 또 뽑아내고 그렇게 사는 것이지요. 쉬지않고, 늘... -허전한 듯도 하고 쓸쓸한 듯도 한 그 하늘을 가끔 바라보다 들어오곤 합니다. 언제나 가벼워집니다. 하늘과 오래 만나고 나면 세상에 어느 존재가 내 마음을 그렇듯 가볍고 홀가분하게 해 줄 수 있을까? 그 하늘에서 비가 오십니다. 눈물 같기도 하고 나직한 목소리의 야단 같기도 합니다. 알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바람 다니는 이 길 따라 당신도 가시겠지요? 아직 살아있는 나는 당신 가시는 그 자리에서 제발 새로워지기를 스스로 빌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욕망도 버리고, 그리움 애틋함 품지 말고, 조용하고 고요하게, 마음에 쓸데없이 남겨놓은 그림자도 없이 바람 다니는 그 길에서 바람처럼 자취없이 살다 떠나게 되기를... ![]() 언젠가 일본 소설에서 읽었는데,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 손가락에 보이지 않는 운명의 빨간 실을 감고 태어난다는 거야. 그래서 서로 만날 사람, 함께 하게 될 사람은 이미 그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지. 그 실은 아주 질기고 강해서 아무리 길고 멀리 있어도 실을 따라 가다보면 실에 연결된 누군가를 결국엔 만나게 된대. 아마도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만은 아닐거야. 동물이나 물건 사이에도 그런 운명의 실은 연결되어 있을 거야. 아무리 이사를 많이 다녀도 특별히 챙긴 적도 없는데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물건도 있고, 일부러 챙겼는데도 내 손을 떠나 버리는 물건이 있거든. 만남과 헤어짐... 서로를 영원히 함께 하게 해 주는 운명의 빨간 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구? 나도 내가 이토록 고양이를 사랑하게 될 줄 내 고양이를 만나기 하루 전날까지도 몰랐는 걸. -달나무의 고양이방 中 이 책의 저자는 '달나무'라는 만화가입니다. 달나무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고양이 두마리를 만나게 되죠. 한마리는 어느 겨울날 지하창고에서... 또 한마리는 친구와의 약속이 깨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말이죠. 이렇게 아주 우연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고양이와의 동거생활. 주인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달나무지만, 정작,달나무가 마음이 허할 때 길고양이 미유와 초코붕이 작가에게 밥이 되고 물이 되어 주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또한, 고양이들을 키우면서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늘 무심히 지나쳤던 길고양이의 삶, 고양이와 살아가는 즐거움 그리고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고달픔 이 모든 걸 다독일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그녀가 고양이들과 가까이하게 된 것이 고양이를 인간보다 더 좋아한다거나 더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마침, 그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우연히도 그녀의 손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고양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고양이를 키우면서 그녀는 자신보다 더 어렵고, 힘들고, 살벌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게 도움을 주는게 제 몫의 인연과 책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달나무의 고양이들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주 우연한 만남이, 아주 사소한 계기가 인생을 바꿀런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방향을 잃고 헤매다가 산 속 암자에서 마신 따뜻한 커피 내음이 계속 입 안에 맴돌아 커피 박사가 된 어느 아저씨처럼, 세상에는 수많은 인연과 기회가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 보물을 찾아내지 못한 건지도요. 그 어떤 보물도 마음을 닫고 있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이, 아님 길가에 버려진 고양이가 당신의 인생을 바꾸어 줄 보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과연 어떤 보물을 발견하셨는지요? ![]() 1.
안녕하셨는지요? 이 인사를 하면서도 사실, 저는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 바로 앞 칼럼이 제 생일 때 썼으니 음...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네요. 업데이트가 2주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달에 한 번이라니! 크크... 반성, 또 반성하고 있으니 너무 야단치진 마세요. 그동안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회사에서 큰 책임을 떠맡게 되어 나름대로 참 많이 바빴습니다. 몸보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칼럼을 더 못 올렸던 것 같네요. 제가 칼럼 하나 쓰는데도 스스로를 참 많이 힘들게 하면서 쓰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 창 밖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남들에게 따뜻함이나 여유, 행복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 쓰는 건데, 왜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 쓰는 거지? 스스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쓰면서, 남들에게 과연 '행복한 글'을 전달할 수 있는 걸까?' 음... 이런 생각 말이죠. 그래서,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감동받은 책에 밑줄 친 글귀들, 내가 감동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전달하자! 그 순수한 글귀들에 내가 조미료를 치고 화려하게 장식한들, 순수 그 재료가 가진 맛 이상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2.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서 마르크 레비라는 사람이 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 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너무 마음이 따뜻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책을 다 읽고 난 요즘도 잠들기 전에 꼭 몇 분씩이라도 읽고 잠에 드는 책이지요. 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식물인간이 된 여자의 영혼과 우연히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근데, 마르크 레비라는 작가가 이 책을 쓴 동기가 아주 멋졌습니다. "지금 열 살인 아들이 십 년이나 십오 년 후에 읽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마음으로 본다면 뭐든 볼 수 있다'는 생텍쥐페리의 메세지처럼, 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은 그 남자뿐이죠. 그래서 그의 눈에서만 그녀는 살아 숨쉽니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에는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녀는 커피 한 잔을 끓여 내올 수 없으며,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존재이거든요." -파리 마치 인터뷰 中에서 후후... 진짜 멋지지 않나요? 열 살인 아들이 십 년이나 십오 년 후에 읽을 만한 이야기라니!! 이 이야기는 여자의 영혼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 정말 제목처럼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저는 책 읽는 내내 얼마나 이 남자의 사랑에 응원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둘의 사랑에 가장 큰 고비가 왔을 때, 여자의 영혼이 이런 말을 합니다. "당신이 한 해의 삶이란 게 무엇인가를 알고 싶다면, 방금 학년말 시험에서 낙제한 학생에게 그걸 물어봐. 한달의 삶은, 미숙아를 출산해 놓고 그 아기가 아무 탈없이 무사하게 인큐베이터에서 나와서 그녀 팔에 안길 수 있기를 고대하는 어머니에게 물어봐. 한주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어느 공장이나 탄광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물어봐. 하루는, 조마조마하게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는 두 연인에게 물어보고 한시간은, 고장난 엘리베이터 속에 갇힌 밀실공포증 환자에게 물어봐. 일초는, 자동차 사고를 간발의 차이로 모면한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봐. 천분의 일초는, 올림픽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육상 선수에게 물어봐. 그가 온 삶을 바쳐 훈련하며 따려고 했던 금메달이 아니라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 말야. 삶은 마술이야. 나는 사정을 알고서 말하는 거야. 왜냐면... 사고 당한 후로, 나는 매 순간의 가치를 느끼고 있으니까. 그러니, 제말 우리에게 남은 이 순간을 만끽하자." 3. 다시 제 이야기로 조금 돌아가자면...어제까지 2박3일 강릉 동해안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가서, 제가 처음 혼자 강릉 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오대산 산장 아저씨를 만나 산장 지붕에 올라가 누워서 별도 보고, 달도 보고 그랬습니다. 세상에, 저는 지붕 위에는 머리털 나고 처음 올라가 봤거든요. 거기가 오대산 골짜기라 온 세상은 너무나 조용한데, 지붕 옆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별은 쏟아질 것 같고 보름달은 너무나 환하게 빛나고...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강릉 취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도 참 만만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순간 순간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힘에 부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바로 이 순간에. 제가 이 '순간'의 가치를 모르면, 후에 더 행복한 순간이 와도 아마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지난 한주는요? 그리고 지난 한달, 지난 일년은요? 마르크 레비 작가 말대로 우리가 그냥 보내버린 천분의 일초가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온 삶을 바쳐 훈련을 했는데, 천분의 일초 차이로 은메달이 되어 버린 선수에게는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까요? 삶은 '마술'입니다. 우리의 눈 앞에 어떠한 것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게 숨겨져 있는 '마술' 말이지요. 순간 순간에 따라 '행복'이라는 것이 나올지 '불행'이라는 것이 나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는 과연 얼마나 '행복' 하셨나요? ![]() 조안리...
스물셋에 사랑을 얻고, 마흔 아홉에 성공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저는 이 사람이 낸 책을 모조리 다 읽었지만, 좀처럼 이 인물에 대해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단지.. 그냥 모든 것을 다 이룬 그런 사람.. 완벽주의.. 세상에 자신만만한 사람으로 여겨질 뿐이었지요.. 제가 본 그녀에게선 인간냄새라는 것이 전혀 나지 않았고, '조안리의 고마운 아침'이라는 책이 서점에 놓인 것을 보았을 때도 또다른 성공담을 담은 책이려거니..... 했습니다. 읽어보지 않는 책이라고 해도 책 서문을 꼭 읽어보는 저는(책 욕심이 많아서시리~)이 책 서문을 읽고는 책을 우두커니 서점 한 귀퉁이에 서서 읽을 수가 없었지요.. 책 서문만 읽었는데도 그녀에게서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연민과 인간미가 동시에 느껴졌거든요.. 조안리는 이 책을 자신이 나이 오십줄에 들어서서야 뒤늦게 '철'이 든 이야기라고 합니다.. 마흔아홉네 감히 '성공'을 했다는 사람이, 나이 오십이 넘어 이제 '철'이 들었다고 말하다니!!! 이 책에는 그녀가 두 딸의 '엄마'로서 두 딸을 결혼시키면서 여느 '엄마' 와 다름없이 드는 생각들.. 그리고 2년동안 갈비뼈에 금이 가고 발목뼈가 부러지더니 급기야는 뇌출혈로 이어져 뇌수술을 받으면서, '스타 커뮤니 케이션' 대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때 드는 수많은 생각들을 담고 있지요.. 그녀는 뇌수술 받기 직전 드는 생각들을 그녀는 이렇 게 담담하게 적고 있지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오만한 생각에 빠져 어리석게 살아왔던가 하는 회한과 부끄러움이 바삐 일었다. 인간이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모르는 가련한 존재가 아닌가. 나는 담담한 심정으로 뒤에 남겨질 것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과연 무엇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었다. 비지니스? 아무것도 아니었다. 돈?재산?그 역시 별 것 아니었다. 어차피 육신은 스러지고 영혼마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까짓 재화야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내 가슴을 움켜진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이토록 단순한 진실을 죽음이 코앞으로 닥쳐와서야 깨닫게 되다니... 죽음에 가까이 갔었던 사람은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합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린 사람만이 그 열차가 얼마나 살인적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던가를 본다고 하지요.. 여러분은 혹 여러분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한 번 생각해 보셨는지요.. 세상살이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손에 움켜지기 위해 조바심을 내거나 절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며, 내 친구,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진정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무얼하고 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해 주더군요! 조안리라는 사람이 세상의 끝에 가서야 몸소 터득한 지혜를 저도 배우고, 여러분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일 저런 일 스스로 겪어가면서 또는 세상에서 숱하게 깨지기도 하면서 깨닫는 것이 '지혜'라는 것이 아닐런지요.. 또한 그런 '지혜'를 서로 나누어 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그게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거겠죠.. ![]() 달리고 있는데 저 옆 인도에 파고다 학원 AFN선생님이신 허정윤 샘이 퍼질러 앉아있다.
내가 "선생님!뛰세요!" 그랬는데, 먼저 뛰란다. 좀 지겹기 시작한다. 동네의 주민들이 다 나와 일제히 파이팅을 외쳐주고 있다. 어느 군부대에선 군인 아저씨들이 일제히 나와 한 700m가량을 두 줄로 늘어서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여자가 별로 없는터라 내가 달려가니, 이 군인 아저씨들이 아주 난리이다. 나는 그 응원에 괜히 멋적어서 어디서 힘이 났는지 쌩쌩 달린다. 그렇게 갑자기 빨리 달리고 나니 다리에 힘이 쫙 빠진다. 오버페이스였어!!! 35km지점을 지나자 다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한 발짝 한 발짝이 무겁고, 1km가 너무 멀다. 다리를 두들겨가며 뛰지만, 속도가 전혀 나질 않는다. 그냥 걷고 싶은 생각도 든다. 속으로 노래도 부르고, 괜히 미운 사람도 생각해 낸다. 다른 생각도 해 보고, 저기 먼 나무도 쳐다 보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게다가 춘천 시내에 다시 들어오니 옆에 차가 다니니 호흡도 힘이 든다. 힘겹게 힘겹게 달리고 있는데, 옆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몇 시간이 목표예요?" "그냥 완주하는 거요" "그러면 조금만 힘을 더 내요. 화이팅! 절대 포기하지 마요!" 아저씨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먼저 뛰어 가신다. 나는 다시 힘을 내서 달린다. 하지만 37.5km. 자꾸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쉬고 싶다.... 걷다가 뛰다가 한다. 거의 대부분 힘겹게 걷고 있다. 날씨가 너무 덥다. 누가 뒤에서 툭 친다. 아까 보았던 허샘이다. 그새 달려오신 걸까. 너무 오랫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는다. 반가움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힘든 것도 잠시 잊는다. 이제 한 2km 정도 남았다. 선생님과 난 마지막 2km를 질주하기로 한다. 사람들은 거의 다 걷고 있지만, 우리는 달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스퍼트다! 운동장에 들어오고, 트랙에 들어오니 주희언니가 나를 발견하고, 화이팅을 외쳐준다. 트랙을 한 바퀴 달린다. 다리에 전혀 힘이 없지만 피니시 라인을 바라보며 달린다. 삐!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스피드칩을 반납하고, 메달과 빵을 받아 잔디에 다리 쭉 뻗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얼굴은 하얀 소금기 범벅이고, 다리는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리지만,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져 버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나에게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이제 세상에 스스로 맞서야 하는 스무다섯살의 나. '사회'란 곳에서 한참을 헤맬지도,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고, 또 그 와중에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 땀 흘리며 달렸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는 이 세상의 가능성을 믿으며, 또한 나의 가능성을 믿을 것이다. 그들의 발그레해진 볼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 그리고 그것들이 말라버린 하얀 소금기, 또 건강한 웃음... 이것들로 인하여 세상에는 힘든 일도 많지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믿게 되며,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달리는 이유이며,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아마도. 덧붙이기.... 다섯 시간 가량을 오롯이 나를 믿었던 그 믿음. 한 번에 에너지를 다 소진시키기 보다는 조금씩 한결같이 나를 믿고 격려해야 하는 일. 나는 달리면서 그것을 배웠습니다. 격렬한 한 번의 물살보다 조금씩 꾸준히 흐르는 물이 돌맹이를 마모시킨다지요.. 항상 나를 믿지 못해서 불안해 하던 나의 스무살 시절. 이제는 꾸준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를 한 번 믿어볼까 합니다. 물론 중간에 불안한 마음도, 두려운 마음도 들겠지요. 하지만 42.195km를 함께 땀흘렸던 건강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씩씩하게 달릴 생각입니다. 나를 오롯이 달리게 했던 다섯시간 동안의 믿음을 가지고 말이지요.. ![]() 11시 5분. 출발이다.
사람이 워낙 많아 출발을 했는데도 사람들에 떠밀려 걸어간다. 다들 42.195km를 달릴 터라 약간은 긴장한 표정이다. 운동장을 빠져 나간다. 사람들이 꽤 많지만, 동호오빠, 용수오빠, 그리고 나 이렇게 페이스를 맞춘다. 날씨가 꽤 좋다. 약간 기온은 높지만 전형적인 가을하늘이다. 2km지점. 첫 오르막이다. 가볍게 뛴다. 아까 긴장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편안하게 달리고 있다. 한 30분 갔을까. 벌써 10km 반환정이 보인다. 작년, 이곳까지도 헉헉거리며 뛰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 나는 초반에 호흡때문에 힘들어 하는 타입인데, 춘천은 공기가 좋아서인지 호흡이 비교적 편안하다. 10km가 거의 다가오자 의암댐 부근을 지난다. 삼악산의 풍경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옆에는 호수, 앞에는 삼악산. 도로에는 구급차 외에는 차도 안 다니고 오로지 달리는 사람뿐이다. 너무 좋다!!! 내가 언제 이렇게 산을 계속 볼 수 있겠는가! 힘이 펄펄 난다. 오늘 풀코스 문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들떠서 풀쩍풀쩍 달리고 있을 사이. 동호오빠랑 용수오빠는 어디 갔는지 없다. 나보고 오버페이스니.. 뒤에서 보니 사자머리 같대는 둥 놀려대더니.. 오빠들이 없이 혼자서 5시간을 뛴다고 생각하니 좀 걱정이 된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2-3명씩 페이스를 맞추고 있는데.. 거기다 팔에 큼지막한 문신을 새긴 어떤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가 계속 나랑 페이스를 맞추고 있다. 아까 운동장에서 '**교도소 화이팅!' 이런 플랭카드를 보았는데.. 그럼 혹시??? 이 아저씨가 나를 잡아 먹을 것도 아닌데.. 괜히 무섭다. 막 빨리 달린다. 15km 지점에서 물을 마시고 뛰고 있는데 동호오빠가 보인다. 왠일로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이다. 오빠랑 페이스를 맞춘다. 그래도 함께 달리는 동지가 있으니 마음 든든하다. 오빠가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 오고도 계속 같이 달린다. 동호오빠가 계속 힘들어한다. 20km가 넘어 급수대 표시판이 나오자 나는 '와!급수대다!'하고 폴짝폴짝 뛰어가서 포카리를 벌컥벌컥 마셨다. 동호오빠는 힘들어서 물 마실 힘도 없다고 엄살을 피우더니, 내가 물을 마시고 다시 뛰면서 보니, 오빠가 또 안 보인다. 뒤를 계속 돌아보면서 달리지만, 보이질 않는다. 어차피 인생도 동반자를 만나고, 친구도 만나면서 한평생을 살아가지만, 결국 혼자서 걸어나가야 하는 길인 것처럼, 이 42.195km도 만명이 넘게 함께 달리고 있지만, 결국 나 혼자 힘으로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거리며 가다보니 25km를 훌쩍 지나 있다. 이제 걷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인다. 나는 아직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사람들이 일제히 '와!'하고 함성을 지르며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든다. 그 함성이 사람들의 물결을 타고 흐른다. 달리기에 자신있는 아저씨는 하나, 둘 구령도 붙여주고, '화이팅'을 외치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 메이커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무리지어 달린다. 30km를 지난다. 또 오르막이 시작된다. 회수차량이 뒤에서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우리와 함께 달리고 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회수차량에 사람들이 꽉 차서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회수차량이 몇 대나 지나갔다. 내 앞서서 뛰다가 걷다가힘겹게 달리던 아저씨도 안 되겠던지, 30km표지판이 지나자 회수차량에 탑승한다. 다리에 쥐가 나서 옆 인도에 앉아서 쉬는 사람이 꽤 많다. 우리가 달리고 있을 때 옆에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레이스 페트롤'이 다리가 아픈 사람에게 재빨리 와서 파스를 휙 뿌려주고 간다. 담엔 저걸 해도 꽤 재밌을 것 같다. 수지침 놓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다리에 쥐가 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겠지. 급수대마다 자원 봉사자들이 물을 주면서 화이팅을 외쳐 준다. 나는 포카리만 거의 두 병째 마시고 있다. 포카리가 이렇게 맛있는 음료인지 처음 알았다. 그래도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은 걸 보니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고 있나 보다. 이제 조금 힘이 빠진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걷지 않고 뛰고 있다. 내 뒤 아저씨가 "바나나는 언제 주노!"하고 투박한 경상도 말투로 투덜거린다. 바나나를 주는 곳이 나왔다. 나는 포카리를 하도 많이 마셔서인지 크게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 사람들이 중간에 바나나나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뛰다가 35km가 지나고 급격한 배고픔에 시달렸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멈춰서서 바나나와 물을 마신다. 배가 안 고팠는데도 이상하게 바나나가 정말 잘 먹힌다. 바나나를 다 먹고 다시 뛰려고 하니, 이제 다리가 움직여 지질 않는다. 다리를 조금씩 풀어주면서 뛰지만 마음만이지, 몸은 전혀 따라 주질 않는다. 아주 천천히 뛴다. 옆에서 쉬고 있는 사람도 꽤 많고, 걷는 사람도 꽤 많다. 그래도 걸어선 안 되지 싶어 조금씩 달린다. ![]() 웅성웅성 소리에 잠이 깼다.
거의 8시가 다가오는데 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가 안개 때문에 표지판을 잘못 보고 '춘천'가는 길이 아니라 '홍천'가는 길로 들었다고 한다. 다들 달리기에 안달이 난 사람들이라 혹 춘천에 못 갈까봐 잠에서 깨 웅성거린다. 그 중 아저씨 한 분이 직접 기사 아저씨에게 이리저리 길을 가르쳐 주시고 다시 버스는 떠난다. 예전 중, 고등학교 때 시험이 있는 날 아침. 자꾸 속 썩이는 사건이 생기면 이상하게도 그 날 시험을 잘보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나는, 왠지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 옆자리 아저씨는 일주일동안 식이요법을 했고, 내 건너편 아저씨는 이주일째 물 대신 '곰국'을 마시고 있단다. 다들 이번 '마라톤'에 왜 그리도 매달리는 것일까. 달리고 나서 받는 것은 조그마한 메달과 빵 뿐일터인데..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 42.195km의 달리기로 인해 어쩌면 1년, 아니 평생동안 자신이 힘들 때마다 그 씁쓸하고 달콤한 초컬릿처럼 에너지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나도 그 에너지를 얻기위해 달릴 것이다. 물론 시작하지 않은 지금은 떨리고 긴장되지만 말이다. 드디어 춘천 종합 운동장에 도착했다. 여전히 축제 분위기다. 여기저기 내걸린 플랭카드와 노란 잠바를 입은 자원 봉사자들.. 나는 탈의실을 찾아 옷을 갈아입었다. 운동복 상의는 여전히 안 말라 있다. 에라.. 모르겠다.. 입고 있으면 마르겠지.. 시간이 많이 남아 바나나며.. 초코바며.. 먹고 있는데, 주희언니가 보인다. 언니와 반갑게 인사하고, 밖에 나가 용수오빠, 주희언니, 나 이렇게 비닐을 뒤집어 쓰고 운동장의 들뜬 풍경을 구경한다. 주희언니는 10km를 뛴단다. 작년, 딱 1년전 여기서 처음 10km를 뛰었을 때가 생각난다. 1시간 가량 뛰는 것도 꽤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10km코스.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나는 그보다 4배도 넘는 거리를 달릴 것이다. 한참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는데, 나를 보고 저 멀리서 환하게 웃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부산에서 경향 하프코스를 준비하면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나에게 훈련방법이나 그 밖의 마라톤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전수해 준 마라톤 전문가 아저씨이다. 나는 이 아저씨가 그냥 마라톤에 중독되어 있는 것, 아이가 둘 있다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호수를 함께 달렸기에 '친구'인 것이다. 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하고, 아저씨가 하프코스만 6번 뛰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늘의 풀코스를 위해 이틀 전에 이 곳 춘천에 와서 답사도 2번이나 했다고.. 우리는 서로의 완주를 빌어주며, 화이팅을 한다. 동호오빠와 진경언니가 왔다. 동호오빠랑 운동장을 달리며 가볍게 몸을 푼다. 스트레칭을 하고, 우리는 출발선에 선다. 우리는 4시간 30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가기로 한다 ![]() #1. before the day
배번호와 스피드칩, 티셔츠가 택배로 도착한 다음 날부터는 솔직히 밤에 걱정이 되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금 도망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시험 공부를 하나도 하니 않은 수험생 같은 심정이었다. 거기다 스포츠 신문에 가수 조성모가 어디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는데, 30km가 넘어서부터 다리가 붓고 통증을 호소했지만 시민들의 응원 때문에 끝까지 뛰어서 6시간 30분만에 완주하고 탈진해서 병원에 실려갔다는 이야기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거기다 금요일날에는 회식이 있어서 밤늦게까지 맥주에... 닭튀김에..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더니, 속도 좋지 않았다. 원래 토요일날 출발하려 했지만, 일이 있어서 결국 일요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였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명준오빠에게 전화가 왔는데, 오빠가 일 때문에 내일 마라톤에 못 간단다. 아니! 같이 뛰려고 믿었던 오빠마저!! 더 걱정이 된다. 배번호, 스피드칩, 운동복, 차에서 먹을 인절미, 바나나 2개, 귤4개, 자유시간 6개, 물, 카메라, 워크맨... 완전히 소풍가방같다. 이것 저것 챙겨 넣으면서, 그동안 내가 진정으로 무얼 원하고 있는지를 몰라 한참 헤매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그때마다 나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고마운 달리기~ 아무 생각없이 한동안 계속 달리다 보면 이상하게도 가슴 저 밑에 쌓인 것이 깨끗이 뚫리는 기분이었고, 내가 씩씩하게 세상에서 버틸 힘을 주었던 달리기이다. 그냥 달릴 수 있는 데까지는 힘껏 달리자 라고 다짐하고 잠이 들었다. #2.the day 새벽 6시에 압구정에서 출발하니.. 밥을 먹고 나가려면 새벽 4시전에 일어나야 했다. 새벽 4시.. 겨우 잠에 깼다. 얼른 샤워를 했다. 어라.. 마법(?)에 걸린 것이다! 난 생리통이 장난 아니게 심한 편이라... 정말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모두모두 넘 원망스럽다.ㅜㅜ 게다가 어제 늦게 빨았던 운동복이 하나도 안 말라 있다. 참... 골고루 나를 속썩이네.. 투덜거릴 시간이 별로 없다. 그냥 면바지에 니트를 입고 운동복을 가방에 넣는다. 시간이 이르지만, 오늘 풀코스를 뛸 것을 생각하고, 밥 한 그릇을 김치찌게랑 맛있게 먹는다. 다 챙겨서 나오니 새벽 5시 15분. 오늘은 특별히 택시를 타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압구정동에 가니 조선일보 주최측 버스가 정말 많다. 내가 탈 버스는 아직 안 왔나 보다. 한 10분 기다려서 버스를 탔다. 버스는 드디어 춘천으로 출발했다. 아직 어스륵한 새벽이다. 이른 아침이라 모두들 잠에 빠져든다. 나도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잠이 든다
|